[명대사] "이젠 볼 수 있나요?"-영화 '시티 라이트'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3-22 17:57:27

[그 영화, 명대사] (44)


여인: "당신이군요"(You?)
찰리: "이제 볼 수 있나요?"(You can see, now?)
여인: "네, 이젠 볼 수 있어요."(I can see, now.)
- '시티 라이트(City Light, 1931, 감독: 찰리 채플린)'


거리의 떠돌이(찰리 채플린)와 우연히 마주친 꽃집 소녀(버지니아 셰릴)는 과거 자신의 초라한 처지가 생각 나 꽃 한송이와 동전 한 잎을 건넵니다. 소녀의 손과 떠돌이의 손이 스치는 순간, 소녀는 깜짝 놀랍니다. 앞을 못 보던 시절 자기에게 도움을 줬던 고마운 손임을 알게 됩니다. 여전히 초라한 떠돌이, 찰리는 소녀가 앞을 보게 된 것을 확인하고 멋쩍은, 알듯 말듯한 미소를 남깁니다.

1927년 발성영화가 시작되고 급속도로 퍼지자 이에 반발하듯 내놓은 채플린 회심의 역작 무성영화 입니다. 카드 자막으로 나오는 이 대사와 장면은 무성영화 특유의 소통 방식과 아름다움, 간결한 이미지가 압권입니다.

'시티 라이트'는 채플린의 인간적인 감수성과 무성영화의 미학이 거의 완벽하게 조합된 작품입니다. 가난한 떠돌이 부랑자와 눈먼 소녀의 사랑 이야기지만, '시티 라이트'의 매력은 수준 높은 한편의 팬터마임으로 구성된 각각의 에피소드 입니다. 전체 줄거리와 상관없이 각 장면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며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가령 도입부의 동상 제막 장면, 채플린의 권투 경기시퀀스는 배꼽을 분실할 정도의 웃음을 선사합니다. 채플린 특유의 익살이 어우러진 해학과 절묘한 호흡의 조화로 구성된 명장면이지요.
또 술에 취하면 가난한 떠돌이도 친구처럼 대하지만 정신이 들면 기억을 못하고 사람 취급도 않는 백만장자는 냉혹한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만장자, 즉 가난한 노동자와 떠돌이 같은 부류 위에 군림하는 자본가는 하루는 친구, 하루는 타인으로 변덕스럽게 얼굴을 바꿉니다. 그러나 백만장자로 상징되는 자본가는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무의미한 향락으로 불안과 우울을 잊으려 하지요. 백만장자는 자본주의의 풍요 속에 내재된 공허한 속성을 드러내는 인물입니다.

‘시티 라이트’라는 영화 제목은 도시의 어둠과 빛을 모두 상징합니다. '시티 라이트'는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지만 채플린은 이를 비장하게 강변하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합니다. 이런 태도에는 도시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도 자비와 연민으로 밝힐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으려는 노력이돋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떠돌이가 보여준 미소는 절망을 넘어선 희망을 상징하며, 대공황 속에서 시름하던 당시의 관객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고 합니다.


[ⓒ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