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명대사] (45)
"신이시여, 제가 원했던 것은 오직 주님을 찬미하는 것이었는데 주님께선 제게 갈망만 주시고 절 벙어리로 만드셨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제가 음악으로 찬미하길 원치 않으신다면 왜 그런 갈망을 심어 주셨습니까. 욕망을 심으시곤 왜 재능을 주지 않으십니까."
- '아마데우스(Amadeus, 1984, 감독: 밀로스 포먼)'중에서 살리에르의 독백.
1823년 어느 날, 정신병원에 수감 중인 한 노인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합니다. 그리고는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그 노인의 이름은 궁정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르(머레이 에이브러험)입니다.
영화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톰 헐스)를 살해한 이후 죄책감을 느끼며 수차례의 자살시도 끝에 정신병원에 수감된 살리에르가 신부를 불러 고해성사를 하면서 자신의 음악가로서의 인생과 모짜르트에 대한 자신의 감정, 회한을 이야기하며 참회하는 내용입니다.
오랜 노력으로 최고의 지위에 오른 '범재' 살리에르는 오만하고 방탕한 '천재' 모짜르트에게 지독한 부러움과 더불어 질투를 느낍니다. 예를 들어 살리에르는 모짜르트가 곡을 만들자마자 처음 써내려간 악보에 단 한 군데도 수정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깜놀, 멘붕, 경악합니다. 하루종일 독서실에서 공부만 했는데 매일 놀다가 시험 전 잠깐 책을 본 친구보다 성적이 나쁠 때, 이런 느낌일까요?
살리에르의 이 고백은 그런 심경을 잘 대변합니다.
"왜 모차르트 같은 비렁뱅이에게는 천재적인 음악 능력을 주시고 저에게는 그런 천재성을 알아볼 재주밖에 허락하지 않으셨습니까?"
보통사람(사실 살리에르도 엄청난 작곡가 입니다만...)이 느끼는 천재에 대한 열등감, 부러움, 시기를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입혀 만든 '아마데우스'는 희곡을 바탕(피터 셰퍼의 '이마데우스')으로 해 탄탄하고 설득력 있는 구성으로 러닝타임 160분(2015 감독판 180분 재개봉)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귀를 행복하게 하는 모짜르트의 음악, 눈을 황홀하게 하는 18세기 유럽의 풍광과 의상, 코믹한 톰 헐스의 연기...
그리고 대부분인 범재들이 탁월한 유전자의 천재들에게 느끼는 질투심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자기도 모르게 은연 중에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아카데미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가 선택한 남우주연상은 '천재' 연기를 한 톰 헐스가 아니라 '범재' 살리에르로 분한 머레이 에이브러험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모짜르트에게 뒤진 인생을 살았지만 영화 밖에서 범재 살리에르는 천재를 꺾고 오스카와 포옹하는 감격을 만끽합니다.
팁) 실제 인물 살리에르는 영화 속에서처럼 컴플렉스에 찌들은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고 합니다. 물론 모차르트와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하나 이미 그 명성이 전 유럽에 떨쳤고 음악가로서 지위도 확실했습니다. 다만, 늘그막에 베토벤의 제자 모셀레스에게 밝힌 살리에르의 말에 의하면 모차르트와 꽤 사이가 나쁜 건 사실이지만, 그를 죽게 하는 일에 끼어든 적은 없다고 털어놓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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