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앎이란 알아야 하는 것이나..."-'장미의 이름'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4-05 09:18:41

[그 영화, 명대사] (46)


"앎이란, 알아야 하는 것이나 알 수 있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있었던 것, 알아서는 안 되는 것까지 알아야 히는 것"
-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1986, 감독: 장 자크 아노)' 중에서 윌리엄 수도사.

수도원은 바깥 세상과 단절된 '그들만의 세계'입니다.
거기엔 닫힌 세상의 부조리와 병폐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독재와 독선, 동성애, 금기와 금서, 음모, 살인 등 ...

'장미의 이름'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1980년에 발표한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14세기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자살과 살인사건,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부 윌리엄 수도사(숀 코너리)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어린 수련사 아드소(크리스찬 슬레이터)의 눈으로 영화는 구성됩니다.

영화는 가톨릭의 분열과 횡포, 타락이 극에 달했던 중세의 암흑시대(1327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의 독일 제후들에 의해 선출된 바바리아 루이 황제와 아비뇽에서 교황으로 뽑힌 프랑스인 교황 요한 22세가 서로를 배교자라고 비난하며 날카롭게 대립, 갈등 하던 때입니다. 교회 또한 프란체스코파와 베네딕트파로 분열되어 서로를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종교와 정치가 결탁하여 인간들의 생활과 사고, 지식까지 지배하고 있었으며, 사람들 또한 자신만을 진리로 자처하고 상대방은 이단으로 규정하여 배척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지배 이데올로기는 반체제 집단에게 마녀재판과 고문, 화형이라는 제도적인 폭력을, 그리고 반체제 세력과 인물들에게는 테러라는 폭력을 서슴지않게 행사했던 것입니다.

영화는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가 일련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윌리엄과 아드소는 셜록 홈즈, 형사 콜롬보 같은 추리력과 통찰력, 그리고 종교적인 원인과 기호의 해독을 통해 살인사건이 어떤 금서와 관련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입니다.

살인의 배후에는 80세가 넘은 독일인 전직 사서 호르헤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 이 책은 웃음이 예술로 과대평가돼 있고,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으로 과장돼 있어요. ... 웃음은 사악한 인간을 악마의 두려움에서 해방시켜요. ... 허나 이 책은, 악마에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을 지혜라고 가르치고 있소. ... 한데 저 철학자의 말이 타락한 상상력이 빚어 낸 아슬아슬한 농담을 합리화하는 날, 아슬아슬하던 농담이 진실로 믿어지는 날에는 어떻게 될까요? 중심의 개념이 무너지고 말아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눈 먼 호르헤는 비극으로만 대변되는 절대적이고도 성스러운 진리, 귀족 문화, 지배 이데올로기의 수호자이며,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않는 반민중적 독선의 화신입니다. 결국 본인도 독이 발라진 금서의 책장을 찢어 먹고 계시록의 예언을 이루었다고 착각하며 죽습니다.


살인의 배후와 살인 동기, 살해 도구 등을 파헤치는 수도사 윌리엄의 지혜와 통찰력이 매력적인 지적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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