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너, 여기 머물러도 돼, 영원히"- '바닷마을...'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5-02 08:44:47

[그 영화, 명대사] (48)


"너, 계속 여기 머물러도 돼, 영원히"
- '바닷마을 다이어리( 海街diary, 2015, 감독: 고레다 히로카즈)'에서 큰 언니 사치가 막내 스즈에게.


이런 공익광고가 생각납니다.
직원들에게 늘 상냥하고 배려하는 아버지가 나옵니다. 그 아버진 집에 오면 말이 없습니다. 어쩌다 내뱉는 말은 퉁명스럽게 "여보, 밥 줘" "애들은 뭐 해" 뿐입니다.


동네에서 친절하고 인사성 바른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웃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진심 어린 조언도 해줍니다. 그 어머닌 집에 오면 거칠고 한숨뿐입니다. "술 좀 작작 먹어요!" "이걸 점수라고 받아왔니? 게임 좀 그만해. 컴퓨터를 버리든지, 아이구 내 팔자야"


여자친구에겐 한없이 '따뜻한 도시 남자'인 아들이 있습니다. 여자친구와의 기념일도 잘 챙기고 늘 재밌는 대화와 화제로 즐겁게 해줍니다. 그 아들은 집에 오면 화난 얼굴이 됩니다. 세상 시름 혼자 다 어깨에 맨 양 무뚝뚝하게 타인처럼 가족을 대합니다. 엄마 생일도 잊은 채.


우리는, 나는 가끔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너무 소홀히 대하진 않는 지, 가족이니까 모두 날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고, 또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그러나 한 번쯤 내가 먼저 가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먼저 다가 갈 생각은 해봤는 지 되묻게 됩니다. 바로 이 영화, 이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작고 소박한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가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오래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됩니다. 한없이 정이 많아 늘 손해만 보던 아버지는 여자를 만날 때도 거절을 못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추억도 어느덧 희미해진 자매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남긴 이복 여동생 스즈를 만나게 됩니다. 아버진 스즈의 엄마를 만나 집을 나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스즈의 엄마가 죽고 아버지는 세번째 여자와 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 자매는 미덥지 못한 아버지의 세번째 여자와 함께 살게 될 막내 스즈가 왠지 마음이 쓰입니다.
“스즈, 우리랑 같이 살래? 넷이서"
자칫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 같은 소재같기도 하지요? '사랑과 전쟁' 같은. 배다른 동생의 엄마때문에 세 자매의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결국 엄마 마저 가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막장'을 외면합니다. 배려와 사랑으로 감싸 안습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아버지의 구실과 사랑을 가슴 속까지 일깨워 준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려낸 또 하나의 가족 이야깁니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로 제목을 바꾸어도 좋을 아름답고 잔잔한 가족 이야깁니다.
특별히 긴장을 해야 하거나 감동을 강요하는 장면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고개만 돌리면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몇 차례의 장례식 풍경이나 함께 요리 하는 모습, 아버지의 추억 이야기 하기, 맛있는 동네 단골식당 이야기...
물론 소소한 갈등과 고민, 방황도 나오지만 이 모든 것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힐링됩니다.
3년 연속 사귀고 싶은 연예인 1위로 뽑힌 아야세 하루카(큰언니 사치역)를 비롯해 허당 연애만 하는 둘째 요시노역을 열연한 나가사와 마사미, 4차원 귀요미 세째 치카역의 카호, 막내지만 어른스럽고, 또 갑자기 언니가 셋이 생겨 행복한 스즈로 분한 히로세 스즈 등 개성 강한 일본 여배우 넷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작은 행복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할 지라도 권할만한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가족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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