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여자가 서서 오줌을 누면 ..."-'풀 몬티'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5-30 11:18:48


[그 영화, 명대사] (52)


"여자가 서서 오줌을 누면 남자는 이제 다 끝난 거야"
"이제 남자의 유전자는 변할거야. 그리고 남자는 사라질거야. 동물원에나 남아있겠지. 이용 가치가 없으니까. 공룡처럼 사라지는 거지. "


- 영화 '풀 몬티(The Full Monty, 1997, 감독: 피터 카타네오)' 중에서.


* 절정에 달한 스트립 댄스는 이제 마지막 하이라이트만 남았습니다.
여섯 명의 어설픈 남자 스트립 댄서들은 마지막 남은 빨간 팬티를 벗어 던집니다. 과거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붉은 깃발대신 빨간 팬티를. 여성 관객은 물론 남자 관객들조차 열정적으로 환호합니다. 여성들은 '남성다움'이란 허울을 벗은 진정한 인간을 보았으며, 남자들은 자신이 스스로 벗지 못한 '남성다움'의 무게를 벗어던진 동료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초 대처 총리 집권시절, 현대화와 구조조정으로 영국 요크셔 철강타운 셰필드의 제철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근로자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됩니다.
영화는 일자리를 찾지못해 방황하는 남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스트립쇼를 하게 되는 코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면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카타네오 감독은 실직 남성들의 절망, 분노와 괴로움을 웃음과 풍자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눈물겨운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위에 소개한 대사는 주인공 가즈와 데이브가 몰래 훔쳐본 여성전용 클럽 스트립 쇼장의 화장실에서 한 여자가 장난으로 서서 오줌누는 것을 보고 난 후, 직업소개소에서 나눈 대화입니다.아내에게 버림받고 아들의 양육비마저 대기 힘든 가즈(로버트 칼라일)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성의 모습입니다. 실직을 했지만 열심히 구직 활동도 않고 직업소개소에서 동료들과 잡담만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겨우 한다는 일이 다니던 제철소의 고철을 훔치는 일입니다. 실패로 끝났지만.


가부장적 남성의 특징은 자신 이외 가족의 감정은 별로 고려 하지 않습니다. 가족의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해주면 자기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남자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가는 집은 잠만 자는 곳일 뿐입니다. '남성다움'을 가장한 남자일수록 가족에 대한 배려나 친밀감이 부족합니다.


가장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는 미국 서부영화를 보면 보통 주인공은 악당을 물리친 후 사랑하는 여자가 붙잡아도 뿌리치고 외롭게 말을 타고 떠납니다. 여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을 뿐더러 오랜동안 여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감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부개척시대니 할 일도 많겠지만요.


여섯 명의 실직한 남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한 스트립 댄스이지만 관객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이제 자신의 내면의 옷도 함께 벗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성다움'이나 '남성성' '체면' '허세' 등으로 포장된 가면과 탈을 벗는 것이지요.


지금 난, 우리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팁) 제목 '풀 몬티(Full Monty)' 라는 뜻은 '속옷까지 모두 다 벗다'는 뜻의 속어랍니다.그리고 다른 뜻도 있다고 하네요. 영국인들의 아침식사 중에 소세지, 블랙푸딩, 베이컨, 토스트, 빈, 에그, 머쉬룸, 토마토를 다 갖춘 잉글리쉬블랙퍼스트를 풀 몬티라고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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