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TV영화] 전쟁의 폐해, 실상 그리고 운명의 장난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6-24 11:13:28

[ebs 주말 TV 영화]


'호국 보훈의 달' 6월, 마지막 주말을 맞아 전쟁영화 세 편과 유령영화 한 편이 EBS를 통해 시청자들을 찾아갑니다.


- 24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는 오랜만에 러시아 작품을 방영합니다. ‘병사의 발라드(Ballad of a Soldier, 1959, 감독: 그리고리 추흐라이)’란 영화인데 저도 아직 만나보질 못했습니다. 블라디미르 이바쇼프, 잔나 프로코렌코 등 출연.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19세 러시아 병사의 사흘간 휴가를 그린 이야깁니다.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의 사망 이후 1950년대를 ‘해빙기’라 부릅니다. 그 당시 러시아 영화인들은 기존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에서 벗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그린 작품들을 쏟아내게 됩니다. 그리고리 추흐라이 감독의 ‘병사의 발라드’는 러시아 영화의 해빙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전쟁의 폐해와 실상을 그리기보다는 한 병사의 일상과 남겨진 자들의 모습을 그려 기존의 전쟁영화와 차별성을 두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사흘간 여정을 따라가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1962년 아카데미상 각본상 노미네이트. 1960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골든 게이트상 수상. 196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 25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맥아더(MacArthur, 1977, 감독: 조셉 사전트)’입니다. 그레고리 팩, 이반 보너, 워드 코스텔로, 니콜라스 코스터 등 열연.
근대 역사상 가장 큰 격동의 시기였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한 맥아더 장군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 불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레고리 펙은 처음 이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됐을 때 맥아더 장군을 무척 싫어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맥아더 장군은 아시아권에서는 인기가 높았으나, 정작 본국에서는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맥아더는 고집불통에 교만하고 이기적이며 다른 이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고집스러운 공산당 혐오주의자로 더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이런 맥아더의 모습은 영화에서도 잘 표현됐는데, 뛰어난 전술가이자 지휘자의 모습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 부각됩니다. 한편으론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 모습과 은근한 정치적 야망까지 여과 없이 보여 집니다. 그레고리 펙은 이 영화를 다 찍고 나서 맥아더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됐으며, 심지어 존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26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고스터버스터즈 2(Ghostbusters 2, 1989, 감독: 이반 라이트만)’를 준비했습니다. 지난주에 1편을 했었지요.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에니 허드슨, 시고니 위버, 피터 맥니콜 등이 나옵니다. 1편과 마찬가지로 ‘고스트버스터즈 2’는 인간의 선의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있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체적인 흐름이 1편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1편에서 이어지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출현하는 유령들은 익숙한 재미를 줍니다. 네 사람이 수감 판결을 받은 재판장에선 형제 유령이 나타나 깽판을 친 덕에 그들은 다시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1편에도 등장한 먹깨비 유령은 새록새록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등장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요. 무엇보다 죽이 척척 맞는 네 사람의 코미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압권. 신기한 물건들을 들고 다니며 뉴욕 시내를 들쑤시는 고스트버스터즈의 유령 퇴치 과정도 여전히 재기발랄합니다. 적어도 슬랩스틱과 언어유희만큼은 1편보다 풍성해진 느낌!


- 26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남과 북(1965, 감독: 김기덕)’을 편성했습니다. 신영균, 최무룡, 엄앵란, 남궁원 등이 호흡을 맞춥니다.
한국전쟁 중, 북한군 소좌 장일구(신영균)는 남쪽에 있는 부인(엄앵란)과 아이(김진영)를 찾기 위해 남한군에 투항합니다. 그는 국군 중대장 이대위(최무룡, 최민수 아버지)에게 연행되고 그는 ‘고은아’라는 여자를 찾는다며 사진을 내밉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 사진 속 여자는 바로 이대위의 부인입니다.
이 영화는 1965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그리고 같은 해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한 매우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또한 극장에서도 흥행에 크게 성공해서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지요.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는 반공영화이지만 상투적인 반공영화의 틀을 벗어나 분단의 아픔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인데 원작은 한운사의 인기 라디오 드라마 입니다.(라디오 드라마의 소재 자체가 실화였다고 전해집니다.)
한편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신영균, 최무룡, 남궁원은 그야말로 당대를 대표했던 남성 연기자들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송중기, 유아인, 김우빈 등으로 비교될 만 합니다. 신영균의 우직함, 남궁원의 세련된 신사 이미지, 또 최무룡의 반항적인, 그러면서도 내성적인 성격이 이 영화 속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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