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주말 TV 영화]
- 7월1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는 이탈리아 웨스턴 ‘장고(Django, 1966, 감독: 세르지오 코르부치)’를 준비했습니다. 프랑코 네로, 호세 보달로, 로레다나 누시악 등 출연.
서부영화의 전설 ‘장고’를 기억하나요?
세르지오 레오네와 함께 ‘이탈리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양대 산맥으로 분류되는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의 ‘장고’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작을 알리는 컬트 클래식으로 불립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특징은 이탈리아인이 만든 미국 서부극이라는 점. 미국인의 시각이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미국 근대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현실적인 감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서부극이지만 미국에서 촬영되지 않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주로 촬영되고 언어 역시 이탈리아어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에 비해 비주류에 해당하는 본 작품들은 격조가 떨어지고 잔인하고 치졸하다는 이유로 한때 국내에서조차 삼류 서부극으로 치부됐습니다. 아무런 대의명분도 없이 무자비하게 쏴 죽이는 스파게티 웨스턴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가 등장하는 격조 있는 정통 서부극에 비해 저급하다는 인식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유럽 평론가들은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들이 정의와 양심, 도덕과 같은 덕목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건국이념을 드높이는 선전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비현실적인데 반해 스파게티 웨스턴은 온갖 술수와 폭력이 난무하던 19세기 서부상을 더욱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통 서부극의 서자 취급을 받던 스파게티 웨스턴은 이런 평가에 힘입어 시대가 거듭될수록 재평가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 7월2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 감독: 론 하워드)’ 입니다. 러셀 크로우, 에드 해리스, 제니퍼 코넬리, 폴 베타니 등 출연. 며칠 전 시작한 장혁, 박소담 주연의 드라마가 같은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박소담 팬이라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실존하는 수학자 존 내쉬의 전기 영화로 뛰어난 천재의 순탄치 않았던 삶을 통해 천재로서의 고난과 그것을 이겨내는 사랑과 강인한 인간의 의지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제 2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천재 수학자, 존 내쉬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해 냅니다. 비둘기의 움직임, 사람의 동선처럼 전혀 수학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현상까지 수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천재성과는 대조적으로 내쉬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사람과의 교류도 서투른 탓에 외롭고 고독한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학계에서 처음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균형 이론’에 대한 논문은 인간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것이었습니다. 내쉬의 곁에는 사람 대신 수학이 있었지만, 결국 내쉬의 관심사는 인간이었습니다.
한 인물의 일생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일반적인 전기 영화와는 다르게 드라마적인 내러티브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강추^^
- 7월3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SF 명작이지요.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1984, 감독: 제임스 카메룬)’를 다시 방송합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턴 등이 호흡.
사실상 제임스 카메론의 뛰어난 기획력이 아니었다면 성공하기 힘들었을 영화. ‘터미네이터’는 제작자 게일 앤 허드에게 시나리오가 단돈 1달러에 팔린 작품이었고, 제작비는 650만달러에 불과했으며, 제임스 카메론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신진 연출가인데다 주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연기 못하기로 이름난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미래로부터 온 사이보그와 현생 인류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발연기’까지도 품어낸 이 디스토피아적 SF 액션영화는 이후 나오는 숱한 사이보그 영화의 전범이 됩니다.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영어 발음조차 어색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멜 깁슨, (영화에 함께 출연했고 터미네이터 역의 다른 후보이기도 했던) 마이클 빈과 랜스 헨릭슨을 제치고 운명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었습니다.
- 7월3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고고70(2008, 감독: 최호)’을 편성했습니다. 조승우, 신민아, 차승우, 이성민 등 열연.
대한민국의 1970년대는 할 수 있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더 많은, 숨 막힐 듯한 군사 독재정권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분명, 피 끓는 청춘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고고70’은 가장 어두웠던 그 시대를 산 청춘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됩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발산하고 싶은 욕구를 통행금지와 장발단속, 각종 문화적 억압으로 금지 당했을 그들. 그들에게도 시대와 이념, 이 모든 것을 잊고 자신들을 미치게 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것이 바로 ‘고고’입니다. 야간 통행금지의 밤을 가로지르며, 고고클럽이라 불리는 공간에서 요란한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젊은이들에게 ‘고고’는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고고댄스를 출 수 있는지의 여부가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가르는 지표가 되었을 정도로 ‘고고’는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를 모조리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말아톤> <타짜>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들에 출연, 남다른 몰입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조승우. 그는 스크린뿐 아니라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의 진가는 빛을 발해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등 여러 작품을 통해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전석, 전회 매진의 기록과 함께 수많은 골수팬들을 양산하며 뮤지컬의 전설을 만들어 왔습니다. ‘고고70’에서 그의 비범한 연기력과 뛰어난 가창력을 동시에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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