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가족 영화 두 편 '보통사람들' '조용한 가족'

인터뷰&칼럼 / 서기찬 / 2016-07-21 10:56:04

느닷없는 불행에 흔들리는 ‘보통 사람들’
코미디+연쇄살인극 ‘조용한 가족’


[ebs 주말 TV 영화]



- 7월22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차린 밥상은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입니다. 찰스 브론슨,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헨리 폰다, 제이슨 로바즈 등 출연.
이 영화는 ‘스파게티 웨스턴’장르로, 이미 여러 번 소개하였듯이 정형화 된 미국 웨스턴 영화의 틀을 깬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의 서부영화에서처럼 선과 악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정의감에 바탕을 둔 영웅 같은 주인공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근거해 폭력이 난무했던 당시 서부의 잔혹한 민낯을 드러낼 뿐입니다.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선구자 격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힘이 제대로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빠르고 속도감 있게 진행해 긴박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느리고 긴 호흡을 기반으로 서사적인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풍경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축적하며 몰입도를 높여가기에, 이 영화는 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감독은 과감한 클로즈업이나 카메라 이동, 감각적인 편집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냅니다. 이 영화에 매력을 더하는 또 다른 요소로 음악을 들 수 있는데, 영화 음악계의 거장이자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영상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한편의 장엄한 오페라를 같은 느낌을 주며 보는 이들을 완전히 빠져들게 만듭니다.
1984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도 강추.^^


- 7월23일 토요일 밤 11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보통사람들(Ordinary People, 1980,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입니다. 도날드 서덜랜드, 매리 타일러 무어, 주드 허쉬, 티모시 허튼, 에멧 월쉬 등이 나옵니다.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첫 번째 연출작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후에도 ‘흐르는 강물처럼’(1992), ‘퀴즈 쇼’(1994), ‘음모자’(2010) 등을 통해 꾸준히 연출 실력을 인정받아오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고요해 보이는 미국 중산층 가정에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과 이를 대처하는 가족의 눈물겨운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찾아오는 불행에 대해 가족은 어떻게 반응하며 흔들리게 될까요?. 가장 친밀하고 애틋한 공동체라고 여겨지는 가족이 되레 서로에게 더없는 상처와 고독을 안기는 모습을 적나라하고 진중하게 그려갑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모든 상처를 다 보듬을 수는 없음을 냉철하게 그리는 휴먼 가족 드라마입니다. 놓치지 마세요.


- 7월24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지난 주 1편에 이어 ‘스파이더맨2(Spider-Man 2, 2004, 감독: 샘 레이미)’가 방송됩니다.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알프레드 몰리나, 제임스 프랭코등 출연.스파이더맨은 마블코믹스의 인기 히어로 가운데 가장 서민적이라고 알려진 캐릭터입니다. 그를 통해 어느 날 놀라운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이 자신이 지닌 힘에 책임감을 느끼면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을 지키면서도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을까 봐 마음을 숨기는 그의 모습에서 씁쓸한 어른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파이더맨 1’의 흥행에 이어 제작된 ‘스파이더맨 2’는 1편 못지않은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2편에서는 건물 사이를 시원시원하게 이동하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움직임이 한층 더 강화되어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또한 영웅으로의 삶에 익숙해진 주인공의 현실적인 고민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어긋나기만 하는 메리 제인과 피터, 애증의 관계를 보여주는 해리와 피터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가족용.


- 7월24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조용한 가족(1998, 감독: 김지운)’을 준비했습니다.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송강호, 고호경 등이 호흡을 맞춥니다.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김지운 감독 데뷔작입니다. 1997년 영화주간지 <씨네21>에 당선한 자작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작품. 1인칭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가족들로부터 한 발자국 비켜서서 산장 내부를 조망하는 가족의 막내딸인 미나(고호경)의 객관적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딸의 시선을 통해 문을 열고 닫으며 외부의 방문객보다는 산장 내부를 공개하는 영화적 전략으로 가족의 인물 묘사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왜 죽였느냐가 아닌, 어떻게 살인이 일어나고 그 살인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을 일그러뜨렸는가에 역점을 둔 작품입니다.
김지운 감독은 시나리오 당선 인터뷰에서 “권태와 죽음, 산장 이미지와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함께 묶어 만든 영화”로 이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연극 연출가 출신답게 감독은 코미디와 연쇄살인극의 결합이라는 벽을 경쾌하게 돌파하면서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려는 자유로움을 특징으로 내세웠습니다. 코미디 영화 치고는 음산하고, 공포영화 치고는 죄의식 없는 연쇄살인이 자행되는 이른바 냉혹 블랙코미디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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