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주말 TV 영화]
- 11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닥터 지바고 1부(Doctor Zhivago, 1965, 감독: 데이비드 린)’입니다. 2부는 다음주 금요일(18일)에 방송. 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열연. 라라 역의 줄리 크리스티는 어릴 적 제 짝사랑의 상대였습니다. ㅋㅋ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이 소설은 1955년에 완성됐지만 볼셰비키 혁명을 불순하게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소련에서는 출판이 금지됐고 파스테르나크는 작가동맹에서 제명되는 등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1957년 이탈리아에서 첫 출판된 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작가가 의도했던 아니든 소설 속 주인공 닥터 지바고와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둘은 제정 러시아의 공산화와 양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 시대를 살았으나 정치나 혁명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문학과 예술에 몰두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들의 작품은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켜 본인들을 괴롭힙니다. 또한 체제전복과 혁명, 그에 따른 반동이란 잔인한 시절을 살면서도 끝까지 조국에 남기를 선택했다는 것 역시 공통점입니다. 이렇듯 ‘닥터 지바고’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혁명과 전쟁 속에서 사라져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시인인 주인공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지닌 개인의 인생사를 그리면서 예술가도 혁명가도 죽음을 피할 순 없지만 순수한 열정이 담긴 예술은 시대를 넘어 불명의 생명력을 지님을 보여줍니다.
- 12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 감독: 로만 폴란스키)’입니다. 애드리언 브로디, 토머스 크레치만 등 출연.
2차 세계대전과 유태인 학살의 참화 속에서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했던 한 피아니스트의 감동 실화입니다. 동지와 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그의 선율은 영혼을 울리고 전쟁의 포화도 그의 음악을 앗아가지 못했습니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에서 애드리언 브로디를 찾아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공포에서 살아남는 폴란드 예술가 스필만의 감정을 세심하게 연기해냈습니다. 세자르 영화제 작품, 음악, 촬영, 남우주연상,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 각색, 감독상, 전미비평가협회 각본, 감독, 남우주연, 작품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
- 13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쥬만지(Jumanji, 1995, 감독: 조 존스톤)’을 편성했습니다. 로빈 윌리엄스, 커스틴 던스트, 브래들리 피어스, 보니 헌트, 데이빗 알란 그리어 등이 출연합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어드벤처 영화인 ‘쥬만지’는 주인공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금에 보면 더욱 슬픈 동화입니다. 공장을 경영하는 아버지 아래서 ‘겁쟁이’ 취급을 받으며 괴로운 일상을 보내던 소년 앨런은 그대로 로빈 윌리엄스의 어린 시절을 투사한 캐릭터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로빈 윌리엄스의 아버지는 포드사 경영진으로 매우 완고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어릴 적, 작고 뚱뚱한 소년 로빈 윌리엄스는 거대한 저택에서 홀로 자라야 했고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원치 않게 ‘혼자 놀기’의 대가가 된 로빈 윌리엄스는 그 재능을 살려 배우가 됐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늘 우울증과 고독에 괴로워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쥬만지 게임 속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고통을 겪으며 홀로 성장한 앨런은 로빈 윌리엄스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미성숙한 어른-아이의 쓸쓸한 얼굴은 ‘쥬만지’에서 더욱 가슴 아픕니다. 영화 ‘쥬만지’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1981년작 동화책을 원작으로 합니다. 최근엔 원작 동화에 이어지는 스토리로 ‘쥬만지’ 후속편의 제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13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아름다운 팔도강산(1972, 감독: 강혁)’이 방송됩니다. 김희갑, 황정순, 장동휘, 김지미, 최무룡, 도금봉, 허장강 등 출연진이 빵빵합니다.
‘아름다운 팔도강산’은 배석인의 감독의 데뷔작 ‘팔도강산’의 속편입니다. ‘팔도강산’은 1967년 국립영화제작소가 제작한 국책홍보 계몽영화로, 서울 국도극장에서만 33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6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1968), ‘성춘향’(1961)에 이어 세 번째 흥행작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김희갑은 한의원을 경영하는 딸 부잣집 아버지로 등장하여 평생 콤비인 여배우 황정순과 실제 부부로 착각하리만치 리얼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 이후 ‘속 팔도강산’(1968, 양종해), ‘내일의 팔도강산’(1971, 강대철), ‘우리의 팔도강산’(1972, 장일호), ‘아름다운 팔도강산’(1972, 강혁) 등 시리즈가 쏟아졌고 이는 ‘팔도사나이’, ‘팔도식모’, ‘팔도며느리’, ‘팔도검객’, ‘팔도여군’, ‘팔도사위’ 등 팔도 시리즈의 원조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팔도강산’에는 그동안 ‘팔도강산’ 시리즈에 나오지 않았던 김지미, 도금봉, 장동휘, 김희라, 오수미, 박지영 등의 배우들이 총출동했습니다. 기존의 ‘팔도강산’ 시리즈에서 조국의 발전상을 강조했다면 ‘아름다운 팔도강산’에서는 개인의 갈등과 화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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