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서 열연한 배우 이하늬가 역대 최고의 장녹수를 표현했다는 평가을 받고 있다. (후너스엔터테인먼트) |
[한스타=서기찬 기자] 홍길동(윤군상)은 백성의 마음을 훔치고 장녹수(이하늬)는 시청자 가슴을 녹였다.
구성진 노랫가락에 맞춰 입술이 씰룩거릴 때마다, 장단에 맞춰 발을 사뿐사뿐 내디딜 때마다 장녹수가 살아 돌아온 듯했다.
20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7회에서는 희대의 폭군 연산(김지석)을 사로잡은 경국지색 장녹수, 공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뭔가 달라도 다른 장녹수를 보여주겠다”던 이하늬가 그린 예인 장녹수는 단연 빛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 한데다 출연을 결정하자마자 오고무와 판소리 수업을 다시 받으며 갈고닦은 실력은 독보적이었다. 구성진 가락을 뽑으며 기품 있는 춤사위로 조선 양반은 물론 시청자마저 단박에 홀리면서 연산이 왜 장녹수에게 목을 맺는지 그 당위성을 단박에 확보했다.
재능에 노력을 더해 얻은 성취다. ‘역적’에 참여한 국악인 박인혜는 “이하늬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국악을 전공하긴 했지만, 가야금이 주전공이라 판소리는 낯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음악성이 좋은 데다 열정까지 있어 금방 체화하더라. 판소리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충분히 훌륭한 실력임에도 절대 대충하는 법이 없이 ‘진짜’ 판소리를 하고자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감동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차에서 하도 듣고 불러서 매니저까지 노래를 다 외웠더라. 판소리 연습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나올 곡을 선정하는 작업에도 열정으로 임했다”며 이하늬의 열정을 높이 샀다.
‘역적’은 차원이 다른 장녹수를 그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연산을 홀린 경국지색으로 고착화된 장녹수에게 능상 척결의 시대에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여성이라는 새 옷을 입히고, 그가 왜 기생이 됐고, 나랏님을 품고 싶어 했는지 굴곡진 인생사를 공개했다.
공화의 어머니는 현감이 바뀔 때마다 새 현감을 남편 삼아 빨래도 해주고, 밥도 차려주고, 잠자리도 해주는 관아에 딸린 관기였다. 현감이 어머니를 마음에 들어 하면 살림도 폈고, 그렇지 않으면 쫄쫄 굶어야 했던 삶을 살던 어린 공화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예순도 넘은 새 현감을 모시게 됐다. 이하늬는 고통에 찬 비명을 숨긴 뒤틀린 미소로 애써 누르며 공화가 걸어온 길의 거친 촉감을 표현해냈다. 춤, 노래, 연기까지 모두 갖춘, 전에 없던 장녹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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