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주말 TV 영화]
- 8일 금요일 밤 12시25분 금요극장에서 준비한 작품은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 1961, 감독: 엘리아 카잔)’입니다. 나탈리 우드, 워렌 비티, 팻 힝글, 오드리 크리스티 등이 나옵니다.
‘에덴의 동쪽’,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출한 엘리아 카잔 감독의 1961년 작품. 워렌 비티의 영화 데뷔작이란 사실만으로도 볼 만한 이유가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나탈리 우드라는 당대의 최고 미녀 배우가 출연하여 당시 관객들에게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던 명화입니다.
데이비드 앰럼의 강렬한 주제곡이 시작되고 버드(영화에 처음 출연한 워렌 비티)와 디니(나탈리 우드)가 폭포 옆에 세워둔 차 안에서 키스하는 첫 장면부터 ‘초원의 빛’은 절정에 도달한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의 호소력을 요약적으로 보여줍니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스튜디오가 좋아하는 전통적 서사형식과 메소드 연기와 누벨바그의 영향을 받은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형식을 고루 사용했습니다. 이 영화는 계층과 재산, 산업, 교회와 가족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적 모순을 집중적이고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 9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는 ‘그랜 토리노(Gran Torino, 2008,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편성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크리스토퍼 칼리, 비 방, 어니 허, 코리 하드릭트 등 출연.
퇴역 장군에다 온갖 인종적 편견을 다 보여주며 자기 고집 속에 살아가는 미국인 월트 코왈스키와 이웃집 아시아 소년과의 ‘관계’에 관한 영화입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는 수많은 역사적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노년의 미국인 월트 코왈스키를 만들어낸 것은 참전의 기억과 50년간 하나의 회사에서 일했다는 자부심입니다. 그런 그는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고 무시했던 타민족 이민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이 고수해온 삶의 방식에 균열을 경험합니다. 그에게 ‘아시아인’은 전쟁을 떠올리게 하며 그에게 두려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안기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몽족 이웃은 멀리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특히 타오가 더 이상 쓸모와 가치가 없어 보이는 자신을 살뜰하게 따를 때 그는 이상한 내적 흔들림을 경험합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또 어떤 방식으로 흔들리고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 10일 일요일 오후 1시55분 일요시네마에선 ‘마스크(The Mask, 1994, 감독: 척 러셀)’를 방송할 예정입니다. 짐 캐리, 피터 리거트, 피터 그린, 카메론 디아즈, 에이미 야스벡 등 출연.
인간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평소에는 드러내지 못 했던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가면을 쓴 상태로 마음껏 표출합니다. 하지만 얼굴을 가린다고 모든 것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듯, 마스크의 모습 역시 자신의 본 모습입니다. 스탠리의 저돌적인 ‘마스크’와 도리안의 괴물 같은 ‘마스크’는 자신들에게 없는 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억눌러졌던 본능이며, 이것이 가면 뒤에 숨었다는 안도감이 들었을 때 발산되는 것입니다. 감히 꺼내 보이기 두렵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간절히 원하기도 하는 것이 마스크의 모습, 즉 자신의 본능입니다.
영화 ‘마스크’는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이 아닌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또 찾을 수 있게 합니다. 짐 캐리의 신들린 연기와 풋풋했던 시절의 카메론 디아즈를 볼 수 있는 찬스.
- 10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에서 마련한 영화는 ‘우아한 세계(2007, 감독: 한재림)’입니다. 송강호, 오달수, 박지영 등이 호흡을 맞춥니다.
‘우아한 세계’의 장르인 '생활 느와르'는 한국형 느와르의 탄생을 알리는 함축적인 단어이자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입니다. 기존의 느와르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남자들의 세계를 그렸다면 ‘우아한 세계’는 가족에 살고 가족에 죽는 대한민국 가장들의 세계를 그립니다.
비 내리는 거리, 어둡고 무거운 화면 이미지로 대변되는 느와르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우아한 세계’는 오히려 메마름 속에 간헐적으로 목을 축여야만 하는 각박함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멋있게만 보이는 느와르가 아닌 일상의 눈으로 보는 느와르를 보여주고 싶다"는 한재림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보통 사람의 시선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고사(死)가 아닌 과로사(死)로 죽을 가망성이 높은 '조폭 가장'을 통해 여느 샐러리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은 버린 채 가족들을 위할수록 가족들과 어긋나고 소외되는 대한민국 가장들의 비애를 담았습니다.강추합니다.
[ⓒ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