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ebs 주말 TV 영화]
- 12월29일 금요일 밤 12시25분 금요극장에서 엄선한 작품은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 감독: 르네 클레망)’입니다. 알랭 들롱, 마리 라포레, 모리스 로네 등 출연.
미국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1955)가 원작인 영화 ‘태양은 가득히’는 비상한 두뇌와 매혹적인 외모를 타고났지만 부와 사회적 지위는 가지지 못한 서민 출신 청년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물입니다.
불만과 열등감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욕망하는 허구의 세계를 꾸며내 거짓말을 일삼는 병적 현상을 일컫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한 원작 소설은 1999년 영국 출신 감독 안소니 밍겔라(Anthony Minghella)가 맷 데이먼(Matt Damon)과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를 주연으로 다시 한 번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가해자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하도록 만듭니다. 범인을 단죄하기보다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순간을 관객이 함께 두려워하게 되는 데에는 주인공(알랭 들롱)의 수려한 외모가 한몫 했다는 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유서 깊은 도시 로마의 모습과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애잔한 음악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인상의 마지막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느끼게 합니다. 2년에 한 번쯤은 다시 볼 만한 작품. 추천합니다.^^
- 12월30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는 ‘사랑과 영혼(Ghost, 1990, 감독: 제리 주커)’가 방송됩니다.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우피 골드버그 등이 나옵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이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첫째는 죽어서도 연인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애틋한 순애보, 둘째 유체이탈이나 사후세계 같은 심령 현상을 시각적으로 재연한 뛰어난 특수 효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피 골드버그가 연기한 오다메란 캐릭터가 보여주는 제리 주커 감독 스타일의 코미디입니다. 1990년에는 이 영화를 본 많은 여성들이 데미 무어가 했던 짧은 헤어컷을 따라했고 영화에 삽입됐던 라이처스 브러더스 버전의 올드팝, ‘Unchained Melody'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당시 특수효과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하철 결투 장면이나 병원 침대가 유령이 된 샘의 몸통을 통과하는 장면, 샘과 몰리가 도자기를 만들던 장면들 또한 큰 화제가 됐습니다.
- 12월31일 일요일 오후 1시55분 일요시네마에선 ‘어벤져스(The Avengers, 2012, 감독: 조스 웨던)’를 편성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제레미 레너, 사무엘 L. 잭슨, 톰 히들스턴 등 출연.
외계종족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는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원작 만화의 튼튼한 설정이 존재하고, 중심 캐릭터들의 개별 스토리를 다룬 영화들이 이미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어벤져스’는 개봉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어떻게 한데 버무리느냐 하는 것인데 연출자 조스 웨던은 우려와 달리 적재적소에 히어로들을 유기적으로 조합해서 14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스토리를 전개시켜서 흥행은 물론이고 평론도 극찬을 받았습니다. 킬링타임용.
- 12월31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에서 마련한 영화는 ‘설국열차(2013, 감독: 봉준호)’입니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제이미 벨 등 호흡.
영화는 한국과 미국, 영국 등 국적 불문의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 한국과 미국, 영국, 체코, 헝가리 등 다국적의 스탭 구성,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Barrandov Studio)에서의 촬영 등 외양만으로는 합작 영화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설국열차’는 각본, 연출, 제작, 투자/배급까지 영화의 핵심은 모두 한국에서 시작, 전 세계 관객들을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기상 이변으로 인류에게 닥친 새로운 빙하기, 생존 인류 전원을 태운 채 설원을 뚫고 질주하는 새로운 노아의 방주 안에서 펼쳐지는 숨 가쁜 반란의 드라마인 ‘설국열차’는 한국 영화를 포함한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롭고 강렬한 상상력에서 출발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발버둥치는 지 출구 없는 기차의 특성상 현미경 들여다보듯 그릴 수 있어서 매력적 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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