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포수론] (5) 투수 믿음 주는 블로킹
포수는 투수가 ‘어떤 볼을 던져도 잘 막아 줄 것’이라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믿을 줘야 한다. 사진은 지난 해 제10화 한스타 연예인 야구대회 폴라베어스와 인터미션의 경기. (한스타DB) |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 넣는 장면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국가대표팀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선방이었다. 보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만한 실력이었다. 포수도 때로는 축구의 골키퍼처럼 공을 막아야 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블로킹이다. 포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특히 블로킹을 잘해야 한다. 포수의 잘못된 블로킹 하나로 인해 경기를 넘겨 줄 때도 많다. 주자가 있을 때 낮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뒤로 빠뜨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투수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투수는 민감하다. 조금이라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되면 그 심리가 그대로 던지는 손가락에 전달되기 때문에 낮게 던질 수가 없다. 야구는 그만큼 예민한 운동이다. 투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만 해도 최고의 포수라고 하는 이유다.
투수라면 낮게 던지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다 보니 현대야구에서 포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요즈음 투수들은 체인지업, 스플리터(반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숏 바운드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맞도록 포수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 공을 뒤로 빠뜨렸던 날에는 하루 종일 블로킹 훈련을 했던 기억이 난다. 블로킹 훈련은 다른 어느 훈련보다 힘이 들고 무릎과 허리 발목까지 부상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요즘엔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딱딱한 땅바닥에서 블로킹할 때 힘이 들거나 무릎이 좋지 않은 경우 잔디나 흙이 많은 푹신한 곳에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 현역시절에는 집에서 이불을 두껍게 깔아 놓고 블로킹 훈련을 하기도 했다. 낮게 깔리는 숏 바운드가 오른쪽으로 왔을 때, 반대로 낮게 깔리는 숏 바운드로 왼쪽으로 왔을 때 포수가 가장 먼저 움직여야하는 부위는 무릎이다. 많은 젊은 포수들에게 물어보면 이를 잘 모른다. 무릎이 빨리 움직이면 낮게 깔리는 볼 방향으로 몸이 빠르게 따라 간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의 블로킹은 크게 2가지 경우다. 가운데 원 바운드 낮게 들어올 때는 양다리를 그대로 꿇으며 무릎을 땅에 닿게 해 블로킹 한다. 공이 낮게 들어오면 재빠르게 앉은 채로 두 발을 뒤로 살짝 뛰듯이 움직이며 무릎을 꿇어 블로킹 한다. 주자가 3루 있을 때 폭투로 인해 공이 포수 뒤쪽으로 빠졌을 때 처리할 때는 빨리 일어나 공있는 방향으로 달려가 슬라이딩해 홈으로 달려 들어오는 투수에게 던져줘야 한다. 이 때 잘 미끄러지도록 다리보호대를 이용해 약간 옆으로 슬라이딩해야 한다. 슬라이딩할 때도 중심을 완전히 뒤쪽으로 놓고 넘어져야하고 이후 미트를 낀 손을 이용해 땅을 짚어 중심이동을 해야 한다. 오른발은 더 이상 미끄러지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공은 그대로 앉은 자세에서 던져줘야 한다. 또 오버스로우로 던지게 되면 급한 나머지 손목을 쓸 수 있으니 약간 옆으로 해서 던져주는 게 좋다.
포수라면 블로킹 훈련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캠프 때나 시즌에 들어가서도 배터리코치는 꾸준하게 블로킹 훈련을 시켜야 한다. 포수가 블로킹을 잘했을 때 투수에게 주는 안도감과 신뢰감은 그날 승리에 큰 역할을 한다. 포수라면 투수가 ‘어떤 볼을 던져도 잘 막아 줄 것’이라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늘 준비해야 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헐크재단 이사장]
[ⓒ 한스타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